[스님의 도반] 금정총림 범어사 율원장 영명스님의 도반 해만 스님 > 2019


PUREMIND MAGAZINE

낮은 곳에서 참소리를 담아내는 맑은소리맑은나라 입니다.
2019(佛紀2563)


2019

도반

Vol.232 2019년 04월호 [스님의 도반] 금정총림 범어사 율원장 영명스님의 도반 해만 스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4-26 17:00 댓글0건

본문

스승이자 어머니 같은 탁마 도반

금정총림 범어사 율원장 영명스님의 도반 해만 스님

5707738a6bcf109e15dea76e4017dbaf_1556265509_4422.jpg

 

 

 

세상의 그 어떤 근거나 과학으로도 입증해 보일 수 없는 영원한 행복의 세계가 있다. 시비와 분별을 떠나고 지극한 고통이나 극단의 행복조차 떠난 안온하고 평화로운 행복의 세계, 그리하여 아름다운 정신이 무한히 확장되는 그런 세계.

부처님의 세상이다. 그 세계에 들고자 한다면 육근육진을 잘 다스려 진정한 자유를 얻어야 할 터인데 수행자라 할지라도 중생의 삶이니 그리 쉬운 바가 아니다. 그러나 굳건한 믿음으로 그 길을 향해 부단히 걸어가게 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탁마도반들이다.

 

해만스님.

영명스님(금정총림 범어사 율원장)20년 지기이자 스승 같은 도반이고 어머니 같은 탁마도반이다. 수행자로서 행하는 모습마다 스승의 가르침이며 마음 씀씀이마다 어머니의 품과 다르지 않았다.

해만스님을 만났을 때가 한여름이었어요. 스님과 같은 방을 썼는데 제가 몸이 좋지 않아 보일러를 켜놓고 있었답니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여름날인데 보일러까지 가동시켰으니 실내가 얼마나 더웠겠습니까? 그래도 한마디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아요. 편한 대로 하라면서 웃고 있습니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려도 할 말이 없을 텐데 화를 내기는커녕 웃음을 짓고 있으니 오히려 제가 더 마음을 쓰게 되었지요.”

한 번도 화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해만스님(봉선사 자재암 주지)이 영명스님에게 놀라움을 준 일은 또 있다.

스님들 가운데 스피드를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평소에는 온화하다가도 운전대를 잡으면 말이 거칠어지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해만스님의 운전은 아예 달랐어요. 누군가 아무리 끼어들어도, 혹은 위협 운전을 하거나 그 어떤 실수를 해도 감정에 변동이 없어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도 분심이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두고 자기 갈 길만 가면 된다는 것이지요.”

 

영명스님은 해만스님을 보며 운전을 다시 배웠다. 그리고 성품도 변해갔다. 꼬장꼬장하고 까다로웠다. 갓 출가했을 때는 수행자의 결기가 더해 더욱 그러했다. 표정은 굳어 있어 있는 날이 많았고 타인의 그릇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봐 넘기기 어려웠다. 얼굴에 드러나는 기운은 영명스님에게 근접하기 어렵게 했다. 그런 까닭에 간간히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해만스님의 화내지 않는 모습,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고 무엇이든 솔선수범하는 수행자 모습은 늘 놀라움과 감동을 일으켰다. 배울 바가 많으니 도반을 닮지 않을 수 없었다. 해만스님의 자비로운 모습은 수행을 즐겁게 했고 소임자의 몫을 다함에 불평이 없게 했다. 모든 일을 기쁘고 행복한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던 것이다.

향을 싼 종이에는 향내가 난다고 했던가. 향기로운 도반 곁에 있으니 향기가 물들어 딱딱하게 굳어 있던 영명스님의 얼굴에 웃음이 퍼졌고 서릿발 같던 눈매는 둥글둥글 포근해졌다. 속세말로 마치 성형수술을 한 듯 얼굴이 그렇게 아름다워졌다.

극락과 지옥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그 자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극락도 되고 지옥도 되지요. 마음이 즐거우면 극락이고 그렇지 않으면 곧 지옥인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것은 자기하기 나름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기도 하지만 제가 온몸으로 깨달은 바이기도 합니다.”

해만스님의 상을 드러내지 않는 자애로운 모습이 주변을 선한 기운으로 물들이는 과정을 보며 또 당신의 지나온 수행 시간을 돌아보며 영명스님은 모든 것이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가르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답게, 스님답게 살며 이치를 거슬러 억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5707738a6bcf109e15dea76e4017dbaf_1556265588_8778.jpg

 

 

어제 보아도, 수년 만에 보아도 늘 한결같이 친근한 해만스님. 마음 가는 대로 편하게 대해도 흠결이 되지 않고 어머니처럼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그러면서도 수행자의 길을 말없이 지켜보는 스승 같은 도반이라 생각만 해도 든든하다. 멀리 있지만 마음을 나누는 데는 거리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영명스님의 말에 다정과 온기가 가득하다.

대한불교 조계종 1호 율원생으로 누구보다 계율 공부에 철저했던 영명스님은 부처님 법을 따라 율사로 사는 삶이 24시간 행복하다. 위의를 갖추고 청정히 해야 할 바를 행하며 승가의 화합을 깨는 일은 멀리해야 한다는 신념을 놓친 바 없는 올곧은 수행자의 나날이기 때문일 터. 오직 남아 있는 숙제가 있다면 좀 더 치열하게 자신의 공부에 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에는 영원한 행복의 나라에 이르고 싶은 원력뿐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22 동방빌딩 4층 301호 Tel. 051-255-0263, 051-244-0263 Fax. 051-255-0953 E-mail. puremind-ms@hanmail.net
COPYRIGHT ⓒ 맑은소리맑은나라.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