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세상의 아픔을 사랑으로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 > 2019


PUREMIND MAGAZINE

낮은 곳에서 참소리를 담아내는 맑은소리맑은나라 입니다.
2019(佛紀2563)


2019

기획연재

Vol.233 2019년 05월호 [화가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 세상의 아픔을 사랑으로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5-23 16:25 댓글0건

본문

 

7bd293dc411ab4bef0474d0d047c7821_1558596243_4302.jpg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자세히 모르고 있는 것이 많다. 항상 곁에 있다고 생각하는 가족이 그렇고, 주변의 친한 이웃이 그렇다. 일상의 공간에서 늘 같이 있으면서도 유심히 관찰하거나, 그들을 생각하지 않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지 못하면서 잘 아는 것처럼 한다.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타인에 대한 생각과 배려는 줄어드는 것 같다. 하물며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기대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세상에서 소외되거나, 삐뚤어진 생각과 불만을 가진 이들이 불특정한 약한 사람에게 폭력을 행했다는 소식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자신만이 아프고 위로받아야 하는 이기심은 아닐까?

 

주변 사람에게 끊임없이 무시당하고, 때론 따돌리고, 비난받았고, 심지어 부모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했음에도, 그것을 자신의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가 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1853-1890)이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감자 먹는 사람들> 등 그의 작품을 잘 알고 있으며, 많은 영화나 드라마, 노래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 친숙한 화가이기에 우리는 반 고흐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등을 통해서 정신질환 증세로 광기 어린 상태로 캔버스를 공격하듯 그림을 그리는 화가, 고갱과의 갈등을 이기지 못해 귀를 자른 이상한 화가로 왜곡된 이야기를 우리는 알고 있는지 모른다.

 

7bd293dc411ab4bef0474d0d047c7821_1558596277_7045.jpg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그는 많은 독서와 사색을 하였으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과 그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 화가였다. 동생 테오의 아내가 된 요한나가 처음 고흐를 보았을 때, 너무 정상적이고 번듯한 모습에 놀랐었다던 대목은 그에 대한 잘못 알고 있는 인식이 그때나 지금도 비슷한 것 같다.

고흐가 살아생전 그림 한 점밖에 팔지 못하고 죽은 뒤에야 팔린 것도, 어떻게 그림을 그리면 팔릴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림에 대한 그의 고집과 생각을 꺾지 않은 것이지 팔지 못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그런 그의 태도는 처음 미술학교에 다닐 때도 나타나는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전통적인 데생 수업을 거부하며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다 끝내 제도교육에 편입되지 못하고 독자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

성공하지 못해도 좋다. 내가 걸었던 길에 후회가 없다면 남들이 인정을 받지 못해도 좋다. 내가 걷는 길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해준 것은 동생 테오인 것 같다. 동생 테오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준 덕에 우리들은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가까운 사람의 헌신적인 희생 덕에 고흐는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많은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다. 돈을 쫒다보면 그림이 안되고, 그림에 몰두하면 경제적 궁핍에 빠진다. 풍족하면 또 그림이 나빠진다. 그것이 딜레마다. 어쩌면 적당한 곤궁히 예술의 기폭제인 것 같다. 주변에 부유한 화가가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늘 곤궁함 속에서도 그림을 계속 그린 것에 감사해하고, 그의 그림에 감동한다. 37년의 짧은 생애를 살면서, 11년 동안 그림을 그렸으며, 그중에 명작들은 4년 동안 집중적으로 그림 들이란 것에 놀라게 된다. 세상은 그를 소외시키고 외면하였지만 그는 그림에 더욱 기대고 몰두하면서 예술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웠다.

그런 그도 늘 그림이 잘 그려진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독한 압생트를 마시거나 담배를 많이 피워 몸을 상하게 했다. 알코올 중독에 가까운 음주는 건강에 치명적이었지만 그가 쓸 수 있는 것은 그의 육신밖에 없었기에 온몸으로 작업의 고통을 감당해낼 수밖에 없었다.

 

내 인생의 목표는 최대한 많이, 최대한 잘 그려 보는 거야. 그렇게 최선을 다해 그리고 나서는, 인생의 종착역에서 되돌아보고 싶구나. 애정을 담아 그리고 약간의 반성을 담아, 내 인생을 돌아보면서. 내가 미처 그리지 못한 그림들을 아쉬워하며 죽어가고 싶어. - 테오에게 보낸 편지

 

7bd293dc411ab4bef0474d0d047c7821_1558596255_8415.jpg

 

 불행하게도 편지의 내용처럼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그리고 얼마 후 그림 속 밀밭에서 권총으로 자신의 복부를 쏜 뒤 이틀 후 생을 마감한다. 그림에는 밀밭에 가로막혀 초록의 길은 하늘로 뻗질 못하고, 파란 하늘은 땅으로 내려오지 못한다. 고흐는 그림을 그리면서 삶의 한계를 느꼈을까. 아니면 고뇌의 고통마저도 감내하고 인생의 일부로 느끼면서 그가 가고자 한 것을 묵묵히 걸어간 것일까?

 

고흐는 떠나기 전 에인트호벤의 케세르마케르스란 사람에게 찾아가 마르지 않은 풍경화 한 점을 주면서 말한 것을 보면, 자신의 예술에 대한 생각은 확고하게 생각하며 살아간 것 같다. 죽음이 그를 가로막아서더라도. ‘나중에 사람들은 반드시 나의 그림을 알게 될 것이고, 내가 죽으면 틀림없이 나에 대한 글을 쓸 것이다. 만일 오래 살 수 있도록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것을 확실히 입증해 보일 것이다.’

 

그는 짧고 비극적인 삶을 살았지만, 결국 그의 말처럼 눈부시게 즐거운 그림들은 너무도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된다. 고흐가 남긴 많은 작품은 조카에 의해 암스테르담 미술관에 기증되고 일 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많은 연구와 글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맑은소리맑은나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22 동방빌딩 4층 301호 Tel. 051-255-0263, 051-244-0263 Fax. 051-255-0953 E-mail. puremind-ms@hanmail.net
COPYRIGHT ⓒ 맑은소리맑은나라.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