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성보박물관장 해운스님의 도반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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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Vol.234 2019년 06월호 월정사성보박물관장 해운스님의 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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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06-26 10:5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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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늘 부끄럽고 부족해서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점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어른 스님들의 말씀을 잘 새겨들으며,

공붓길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후학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돌아보니 온통 부끄러움뿐이고 부족한 것 투성이다. 출가사문이 되어 공부에 매진한 세월이 벌써 20여 년이 훌쩍 넘었건만 어찌 아쉬움뿐인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 해서 공부를 게을리 한 바 없고 주어진 소임에 소홀한 바가 없었다. 수행자로서 그릇이 작았던 탓일까, 실력과 역량이 모자랐던 까닭일까, 노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일까.

끊임없이 자신을 내려놓고 점검하다 보면 결론은 언제나 성공하지 못한 수행자였다. 승가로서 스스로 정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궁극의 만족이 없는 까닭이었다.

 

월정사성보박물관장 해운스님의 자기 점검은 늘 그러했다. 겸손으로 포장하는 말이 아니라 수행자로서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내린 결론이었고 살을 더하거나 빼지 않는 준엄한 참회였다. 그러나 해운스님의 이력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말씀과 달리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의 길을 걸어왔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중앙승가대학교와 동국대학교에서 석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학문에 조예가 깊을 뿐만 아니라 불교계에서 유일하게 승가로서 학예연구사 2급 자격증을 가진 스님이기도 하다. 특히 15년 동안 월정사성보박물관을 운영하며 불교박물관의 전문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등 불교문화재 관리에 있어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속세의 표현법을 빌리자면 일을 할 때는 전투적으로 합니다. 해야 할 일, 배워야할 것은 많은데 저는 오히려 모르는 게 많으니 열심히 공부해야만 합니다. 성보박물관 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많으니 공부하지 않으면 제가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앞만 보며 전투적으로 달렸다. 그리고 한 우물만 팠다. 문화재 관련 강좌가 개설된 곳이 있으면 주저 없이 동참했고 대학원 공부 역시 문화재학을 전공할 정도로 집중하고 매진했다. 효율적인 불교문화재 유지 보수 관리를 위해 전국의 박물관을 순례했고 해외 유수의 박물관을 탐방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 눈으로 보고 배운 것은 고스란히 성보박물관 운영에 적용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과 비싼 경비를 아끼지 않은 결과는 박물관 운영에서부터 전시, 짓는 과정까지를 꿰뚫을 수 있을 정도의 안목과 실력으로 축적되었다.

 

하나의 목표가 설정되면 오직 앞으로만 나아가는 해운스님에게 도반은 어떤 가치와 모습으로 존재할까. 세간 소식에 관심이 없어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 매체를 접할 일이 없다는 스님, 여유 있게 만행 한 번 떠나본 적이 없다는 스님에게 도반은 어떤 휴식과 위로를 줄까.

이익이나 목적을 따지지 않는 것이 도반일 테지요. 삶에 지쳐 있을 때 서로 마음 편하게 마주보며 웃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 도반들이 있다. 열 명 남짓한 도반 스님들이 일 년에 서너 번 모여 한 끼 공양을 나눈다. 이름하여 웃기는 스님들이다. 계산과 차별, 이익과 손해를 떠나 그냥 본래의 모습으로 오롯이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도반들이다. 격식 없는 말이 오가도 허물이 되지 않으며 말이 없어도 속을 헤아릴 수 있고, 얼굴만 봐도 처지가 가늠해지는 도반들. 세월을 떠나 소년 같은 웃음만 있으니 모임 이름 그대로 웃기는 스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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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스님이 꾸리는 수행자의 삶은 치열하거나 유유자적하거나 둘 중 하나다. 성보박물관장 소임자로서 스님은 맵고 정확하며 열정적이다. 그러나 당신의 암자에서 풀을 뽑고 개똥을 치우는 스님은 유유자적하다. 주어진 위치 따라 섭수하고 응하면 그뿐이다.

공부는 늘 부끄럽고 부족해서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점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어른 스님들의 말씀을 잘 새겨들으며, 공붓길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후학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향을 싼 종이에는 향내가 나서 멀리 퍼지는 법, 공부도 그와 같다. 자신의 공부를 묵묵히 하다보면 주변에 선한 영향을 끼칠 것이고, 더불어 나의 공부도 깊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해운스님의 신념을 따라가다 보면 궁극의 목적이 성취되어 만족을 누리는 성공한 수행자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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