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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19-12-09 08:45 댓글0건

본문

서장書狀 [마음을 어디에 둘꼬?]

대혜종고 지음. 청림지상 역해

서문

어제 밤비에 하늘이 씻기였는데 새벽녘 바람은 구름까지 걷어버려 더 없이 맑고 깨끗한 가을하늘….
좌복 없이도 그냥 하늘만 보아도 마음공부가 절로 익어질 것 같다.

출가하여 뭐 그리 잘한 것도 없는데, 출가 전 선지식의 만남이 내 삶에 있어서 가장 복된 일이었다.
“출가!” 이 한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40여년을 보냈고, 또 지우지 못한 구석진 마음의 때[垢]를 닦기 위해서 밤낮으로 『서장』을 곁에 두고 오매 가매 눈에 띄는 대로 보며 티 없이 맑은 가을 물속의 하늘을 그리려하고 있다.

“간화선!” 공부의 명줄은 화두다.
그런데 화두에 의정이나 분심이 생기지 않으면, 재미도 없을 뿐 아니라 업식業識을 뛰어넘을 힘을 결코 얻지 못한다.

“화두!” 그냥 드는 게 아니다. 화두를 만드는 스승을 잘 만나야 되며, 그 스승은 마음자리뿐만 아니라 경학에도 밝으신 분이라야만 번뇌[心垢]를 잘 풀어 마음의 본 고향으로 안내해줄 수 있다.

지난번 번역했던 대혜스님의 『서장』은 사실 강의하시는 분들께 도움 되었으면 하는 전문가용이라 일반 불자님들께서는 “보기가 꽤 어렵다.”고 하시어서, 이번에 『마음을 어디에 둘꼬?』라는 제목으로 인물 위주의 스님 편지를 내용 중심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마음챙김’에 꼭 필요한 구절을 목차로 빼내어서 ‘흐트러진 마음을 되짚어볼 수 있게끔’ 난도亂刀질 해 놓았다.

중요한 건,
화두가 성성력력惺惺歷歷 하다면, 제아무리 좋은 책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禪은 “사고[慮]와 숙성[靜]을 거치면서 성숙한 사회구성원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논리적 사고를 통한 결론 위주의 조숙된 성과물은 아름답지만 깊은 맛이 없다.
이를 慮는 충분하나 靜이 부족한 의리선義理禪이라고 말하고 싶다.

잘 생각해봐라. 마음은 두는 데에 따라서[隨緣] 삶도 달라진다[成事].


若碰餓鬼亦餓鬼  배고픈 귀신을 만나면 아귀이고,
若聞香花便花朶  향기로운 꽃내음을 맡으면 꽃이 되고,
若仰佛時卽是佛  부처님을 우러러 볼 때면 부처이니,
只隨緣成沒別我  인연[緣] 따라 이루어질 뿐, 달리 마음[我]이란 있지도 않더라.

바라옵건대,
마음을 『마음을 어디에 둘꼬?』에 두시어 마음을 꼭 한번 점검해보시옵소서.

黢黑深夜淸如鏡  캄캄한 깊디깊은 밤인데도 맑기는 달과 같이 맑고
離根絶識明似陽  몸도 앎도 다 여의었으나 밝기는 태양처럼 밝은데
身外非身交天女  몸 밖의 몸 아닌 몸으로 천상의 여인과 몸을 섞는다.
她來自何處物    여인은 어디에서 온 물건이며
交者又是何人    섞는 이는 또 누구인고?
春花秋楓嗾人狂  봄꽃 가을단풍이 사람을 부추겨 넋을 잃게 하여도
它依然那時老樣  그는 여전히 그 때 그였었네 !


己亥 秋分 風篁齊에서
智象이를 빌려 妄想을 더하다

목차

지상스님이 전체 목차 중에서 추려 뽑은 내용

쉽고도 어려운 게 마음공부다!

이 공부는 다른 게 다 필요 없다. 오직 화두를 주신 스승에 대한 확고한 믿음만 있으면 그만이다. 달리 말하면 “眞心”만 있으면 화두공안公案은 자연히 해결된다.
화두를 들 때, 만약 眞心이 없으면 화두의정話頭疑情은 당연히 나지 않아 공부가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안 가며, 본인의 업식業識을 차고 나갈 힘조차도 생기지 않는 게 이 집안 공부다.
간화선은 화두를 빌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분별식심을 붙잡아 식심분별이 뚝 끊기는 곳에서 마음을 볼 수 있게끔” 하는 수행법이다.

편지 1 (깨치지 못한 이의 편지)
·평소 어떻게 공부해야만 바로 본지와 더불어 계합하리잇고?
·청정하게 꾸밈없이 머물며, 상속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
·구하려는 마음을 앞에다 두어서 스스로 장애와 어려움을 만들 뿐, 딴 일 때문이 아니니라
·평소에 마음을 고요한 곳에 둠은 바로 시끄러움 속에서 쓰려고 함이라
·결코 꿈이란 생각을 짓지 말고 반드시 실제로 방에 들었다고 알아야하니라
·설은 곳은 놓아 익게 하고 익은 곳은 놓아 설게 해야 하리라

편지 2 (깨친 이의 편지)
·입문은 할 수 있었으나 큰 법을 밝히지 못하였기에 하는 일마다 막힌 듯 자유롭지 못합니다
·예전 그대로 할지언정, 결코 사람에게 물을 필요가 없느니라
·이치는 몰록 깨달음이라 깨달음을 타고서 모두 소멸하거니와, 달리 구할 것까지는 없느니라
·다만 범부의 분별하는 정이 다할지언정 달리 성현의 견해란 없느니라
·이렇게 깨달음을 구함이 바로 도를 장애하는 알음알이라, 다시 무슨 물건이 있어 장애될 것이며,
어디를 향해 깨달아 듦을 구하리오!
·잠과 깸의 두 경계에 화두가 한결같은가?
·일부러 공부하지 아니하여도 「나고 죽는 마음」이 부서진즉 저절로 고요해지느니라
·귀신소굴 속 같은 고요함만 굳이 좋아하는지?

편지 3
·총명한 알음알이 위에선 배울 순 있을지라도, 자기의 본분사엔 오히려 힘을 얻지 못하느니라
·피할 수 없는 곳이 바로 공부해 끝낼 곳이라, 만약 다시 애써 점검하려한즉 오히려 멀어질 뿐이니,
정말 피할 수 없는 곳에서 공부하라!
·발심은 앞뒤先後가 있을지라도, 깨침은 선후가 없느니라
·이 마음이 한결같으면 경계 또한 한결같아서 실다움도 허황함도 없어, 성현이 아니라 일 끝낸
범부니라
·붉은 화로 위에 한 점의 눈과 같으리니
·똥 쓰레기더미 속에서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를 거두어서

편지 4
·모두가 본인 마음의 현재 경계라, 결국 다른 물건이 아니니
·침상에서 아직 내려오지도 아니 했을 때 천당, 지옥이 이미 자기 마음속에 있어서
·쓸데없이 헤아리는 마음을 꼭 붙잡아 「무자」 위로 돌려와 우선 살펴보아라! 뜻밖에 헤아릴 수
없는 곳에서 이 한 생각을 깨뜨린다면, 바로 삼세의 공함을 분명히 깨닫는 곳이라
·화두 드는 이는 누구며, 근기와 성품이 보잘것없음을 아는 이는 또 누구이며, 공부할 곳을
구하는 이는 결국 누군고?
·지금 번뇌하는 것은 오히려 어디로부터 왔는고?
·이 마음은 자유자재하기에, 붙들어 매어 속박해 끌고 갈 수 없느니라
·천 가지 만 가지 의심이 단지 한 의심이니, 마음이 만약 시끄럽거든 오직 화두만을 들어라!
·마음이 아득해 갑갑함을 느낄 것이니, 사실 다른 물건이 아닌지라, 오직 이 속으로 가 화두만
자세히 살필지니라.
·평생 읽었던 글은 여기에 이르러서 한 글자도 쓸 수 없으리니
·「‘죽은 다음에 단멸과 단멸치 않음을 반드시 아는 것’을 오직 이렇게 밝혀서 알려고 함」이 바로
염라대왕 면전에서 철봉을 견뎌내는 것이라
·마음이 답답하여 근거를 잡을 수 없음을 느낄 때가 바로 좋은 소식이니, 공에 떨어질까
염려하지 말라
·깨달음은 정해진 때가 없으며, 게다가 무리를 놀라게 하거나 대중을 움직이게 하지 않으며…

편지 5
·반드시 스스로 믿고 스스로 깨달아야 할지니, 말로 할 수 있건 결국 입증의 증거가 아니니라
·사유하는 마음으로는 생사화복의 때에 임하여 다 힘을 얻지 못함이라
·“「마음과 경계의 허물을 없앨 줄 아는 이」는 또 누구인고?”하며 돌이켜볼지어다!
·생사화복이 눈앞에 나타나면 그땐 거짓을 용납지 않기 때문이라
·근거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마음이 답답함을 느낄 때, 마침내 있는 힘을 다할지언정, 경계를
좇아가는 건 절대로 삼갈지어다
·이치와 뜻의 길목에서 마음조차도 쓰지 못함이 마치 토목와석과 같음을 느낄 때, 바로 본인의 몸과
목숨을 두어야할 곳이니
·놓아버리려고 하여도 더 이상 놓아버릴 수 없는 곳에 이르려면 여전히 해공거사일 뿐이요,
사실 다른 이가 아니니라
·지식이 없음은 근심치 말고, 지식이 너무 많음을 걱정해야 할지니라
·어리석고 둔함을 잘 아는 놈은 반드시 어리석고 둔하지 않나니, 다시 어느 곳을 향하여 철저한
깨달음을 구하려하는고?

편지 6
·네가 반연하는 마음으로 법을 듣기 때문에 이 법도 반연이니라
·쓸데없는 생각을 일으키지 말며, 망상 또한 쉬여 없애려고도 하지 말며, 깨닫고 깨닫지 못함도
관여지 말지어다
·이 문중은 힘들임을 용납지 않느니라!
·요즘 도를 배우는 이들이 한가하게 앉는 곳에만 머물려고 하나니
·물소는 반드시 조복해야 되고, 그런데 이 원숭이만은 꼭 죽여야 한다
·세간에 들어서 세간 벗어나기를 남은 바가 없게 하라!
·마치 소를 잘 치는 사람과 같아서 고삐를 항상 손안에 둔다면
·마음을 두어 안배하여 「의심 풀 곳」을 찾지 말지어다. 만약 마음을 둔즉 어긋나리라

편지 7
·평소에 도를 배움은 오직 역순경계 속에서 잘 쓰기 위해서이니
·정식을 깨버리지 못한즉 마음이 불꽃처럼 휘날리리니, 그저 화두를 붙잡아 끌면서 깨어있을지언정
·경계를 부딪치고 연을 만남에 늘 화두만 잡아끌지언정 빠른 효과는 구하지 말지어다
·마치 사람이 물밑에 앉아서 목마르다고 하며, 밥그릇 속에 앉아서 배고프다고 함과 무엇이
다르리오
·백이십근이나 되는 짐을 지고 외나무다리 위를 따라지나가는 것처럼 할지니

본문 중에서

격려사

쉽고도 어려운 게 마음공부다!

이 공부는 다른 게 다 필요 없다. 오직 화두를 주신 스승에 대한 확고한 믿음만 있으면 그만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진심眞心”만 있으면 화두공안公案은 자연히 해결된다. 화두를 들 때, 만약 眞心이 없으면 화두의정話頭疑情은 당연히 나지 않아 공부가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안 가며, 본인의 업식業識을 차고 나갈 힘조차도 생기지 않는 게 이 집안 공부다.

그래서 고봉스님은 『선요』에서 “정말로 참선하려 한다着實叅禪면 반드시 「大信根, 大憤志, 大疑情」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스님께서는 大疑情을 “마치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하나의 지극한 일이 또렷한데도 드러날 듯 하면서 드러나지 않는 때”라고 설명하셨다.

『서장』은 宋 대혜스님께서 바로 이 「疑情」을 빌려서 조사관을 타파한 내용들을 당시 사대부에게 편지로써 그들의 견해를 바로 잡아주신 글들로, 제자 慧然이 기록하고 淨智거사가 엮은 글이다.
스님께서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화두를 통해, 마치 원숭이처럼 한시도 가만있지 아니하는 분별식심을 완전히 붙잡아 식심분별이 끊기는 곳에서 본래 깨끗한 마음을 볼 수 있게끔 慧를 主로 하고 靜을 伴으로 하는“간화선”수행법을 권하셨다.

지상수좌가 작년 겨울에 『서장』을 제대로 역주하고, 또 공부하기 딱 좋은 계절에 불자님들을 위해 읽기 좋게끔 『마음을 어디에 둘꼬?』라는 제목으로 다시 손보았기에, 간화선 공부하시는 분들께 권하고 싶기에 몇 자 적어 격려한다.

夢裏不知身是客 꿈엔 이 몸이 나그네인줄도 모르고
且似夢中貪夢境 그런대도 꿈인 듯 꿈 경계에 미련을 품었었네.
夢幻空華半晌生 아름다운 꽃처럼 잠깐 꿈같고 부질없는 한 세상
成就河沙夢功德 이 사바세계를 성취함도 바로 그 꿈 덕택이라네.


己亥 秋分 好時節
금곡金谷 무여無如 謹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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