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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20-01-30 08:0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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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리움[漢詩]이 화두話頭가 되어

청림 지상 스님

지상 스님은
지금까지의 삶에 있어 가장 복된 일은
출가 전 송광사로 선지식 구산스님을 찾아가 만나 뵌 것이라 말한다.

그게 인연이었을까.
출가를 하여 스님이 되었다. 

그 후,
통도사, 은해사, 중국 북경 수도사범대 유학, 송광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는 동안,
출가,
이 한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지우지 못한 구석진 마음의 때를 닦기 위해
서장을 곁에 두고 지난 40여 년을 하루 같이 지냈다. 
은해사 승가대학 졸업 과제물이었던 ‘서장’.
이를 계기로 당시 첫 출간 후 20여년 만에 재출간하였다. 

15년 전 스승이신 무비 스님의 느닷없는 권유로
염화실 사이트에 한시를 소개하기 시작하였고,
서장에 나오는 시詩들과 여러 다른 한시들을 모아
이번에  『너의 그리움이 화두가 되어』라는 漢詩集을 내게 되었다.

지상 스님은 본 책을 접하는 모든 분들께
‘흐트러진 마음을 되짚어볼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무비 스님 추천사


지상 스님은 일찍이 간화선看話禪의 교과서인 『서장書狀』을 탐구하고 천착하여 두어 번 책을 내더니
다시 한시漢詩의 번역서를 내게 되었다.
그 소종래所從來를 더듬어 보니 어린 시절에 강원에서 경학을 연마하고 가르치다가 여러 가지  마음이
흡족하지 않아서 모든 한전漢典의 원류를 찾아 스스로 북경에 가서 수학하고 돌아온 지가 10년이 넘은 것 같다.
그 쓰리고도 아픈 절집 밖의 고행에서 진주珍珠를 건져 올리듯이  건져 올린 결실들을
이제야 서서히 펼쳐놓기 시작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은근히 남달리 생각하고 기다렸던 일이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소개되지 않은 한시漢詩를 15년 전부터 염화실 사이트에 올렸던 글의 일부를 이제 책으로 엮게 되었다.
읽는 이 사람의 마음은 마치 어린아이를 쓰다듬는 듯한 느 낌을 받는데, 본인이야 그 떨림이 어떠하겠는가!
한 수의 시를 얼마나 곱씹고 또 다듬었으면 그 번역이 시를 넘어 수필이 되었고, 다시 소설이 되려고 한다.
여기 그 한 예를 소개하면,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절에 핀 꽃”이라는 「승원화僧院花」다.
지상스님은 이 시를,
「꽃잎마다 부처님 계신 집僧院花」이라 했고,(p.289)

천차만별의 삶色이 본래 갈등없는 피안空인줄 앎으로 불사를 하기에
욕오색공위불사(欲悟色空爲佛事)
절집을 이렇게 향기로운 꽃나무들로 꾸며놓으려고 하였나?
고재방수재승가(故栽芳樹在僧家)
아무리 생각해봐도 화엄경 도리道理네!
세간변시화엄게(細看便是華嚴偈)
봄여름가을겨울의 방편을 펼쳐 즐거운 삶智慧의 세상花을 가꾸시네.
방편풍개지혜화(方便風開智慧花)

라고 이해하여 부연하였다.

얼마나 추고推考하였으면 이런 번역이 되었을까.
읽고 또 읽는 동안에 제2탄이 나오기를 숨죽여 기다리면서 조심스럽게 추천하는 바이다.


雲來自風由風去 구름은 바람 따라와 바람결에 가버리나
운래자풍유풍거
情從心起還攖心 그리움은 마음에서 일어나 오히려 마음을 휘감아놓네
정종심기환영심
我影隨我形亦顯 내 그림자는 나의 모습에 의해 나타나니
아영수아형역현
一心不動豈有影 한 생각 움직이지 않으면 어찌 그림자인들 있겠느냐!
일심부동기유영


2020년 1월 15일
신라 화엄종찰 금정산 범어사
화엄전 여천무비 如天無比

본문 중에서

지상 스님 서문

결국에 무엇을 불러 그리움이라 하며, 그리움은 어디에서 왔으며, 또 그리워하는 사람은 누구인고?
오직 “그립다”고 능히 아는能知 마음 위에서 살펴보아看라! 여전히 “그리운지?” 그리움을 아는 마음 위에
오히려 이러한 여러 가지 아픔이 “있는가? 없는가?”
이왕 일어난 곳을 안 이상, 곧 이 그리움이 바로 해탈의 터전場이며, 바로 생사를 벗어나는 곳處이라.
기왕 해탈의 터전이며 생사를 벗어나는 곳인 바에는, ‘그리움과 그리워함’의 바로 이곳이 적멸이며,
‘그리움과 그리워함’이 이미 적멸하기에 ‘그리움과 그리워함’이라고 ‘능히 앎能知’도 적멸하지 않을 수 없으며,
보리열반과 진여불성도 적멸하지 아니할 수 없으리니, 다시 무슨 물건이 있어 장애될 것이며, 또 어디를 향해 깨달아 듦을 구하리오!

15년 전, 무비스님께서 염화실을 개설한지 6개월 남짓 되던 해였다. 욕심만큼 공부는 부질없었지만
사는 모습이라도 보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스님께 인사갔더니, “지상! 漢詩 소개해봐”라고 하신 것이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기쁨과 함께 걱정이 더 앞섰다.
익숙지 않은 남의 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은 한시漢詩, 고민 끝에 선생님을 모시고 도움도 받았지만 그래도 어려웠다.
틈나는 대로 한 수 한 수 번역을 흉내다보니, 지금은 그 흉내가 생활의 한부분이 되어 한시漢詩가 가져다주는 느낌과
시공時空의 환경과 시인의 생각과 감정들이 흡사 내 삶인 것처럼 빠져든다.
『너의 그리움이 화두가 되어』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여러 감정 가운데 여덟 가지 괴로움八苦
(생, 노, 병, 사, 愛別離苦, 怨憎會苦, 求不得苦, 五陰盛苦)과 시인의 물든 마음染淨識이 문자 언어와의 배합을 거치면서
정화되어 다시 자기 언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시詩이고, 특히 시는 ‘이별의 아픔’과 ‘이룰 수 없는 그리움’을
가장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情들을 ‘그리움’의 한자로 대신 하였다.
사실 그리움을 그리움으로 남기긴 쉬운 일이나 그리움을 그리움의 껍질을 벗겨 또 그리워하기란 어렵지 않겠는가!
이런 문제의 답을 대혜 종고 스님의 “그리워思量하고 싶거든 곧장 그리워하고 울고哭 싶거든 바로 울어버려라. 울고 울다가,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가 마음藏識 속의 그 많은 은애습기를 모두 털어버려抖擻 다할 때에
자연히 얼음이 물에 돌아감과 같아서 나의 이 본래 번뇌도 없고, 그리움도 없고, 근심도 없고, 기쁨도 없는 곳으로 돌아갈 뿐이라.
세간에 살면서 세간 벗어나기를 남음이 없게끔 한다면 세간의 법이 곧 불법이요, 불법이 곧 세간의 법이니라.”고 하신 말씀에서
답을 찾아 그리움識情을 그리움心識 밖의 선구禪句에 숨겨두고 싶어서이다.
그리움情과 본심禪心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그리움이 아니면 참 마음으로 다가갈 수 없고 참 마음이 아니면
그리움을 확인할 수 없는 게 간화선의 화두공부법 가운데 하나다.
송宋 때, 엄우嚴羽는 “시란 앎識이 바탕이다. 발을 처음 뗌이 올발라야 하고, 뜻을 둠이 높아야 한다(夫學詩者以識爲主: 入門須正, 立志須高)
또, 시를 논함은 선을 논함과 같다(論詩如論禪).”고 하면서, “당唐 이전의 옛 시詩부터 공부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시정詩情이 일어나는 시작점이 현재감각의 대상이든 이미 지난 기억 속의 일들이었든 마음이 움직여
그 감정을 본인의 업식業識과 얽어 시詩로 재생되겠지만, 좋고 품위 있는 시란, 아니 그러한 삶을 원한다면
먼저 바라는 대상(감정이든 환경이든 심지어 부처님 말씀이든)을 마음속에 곱게 물들여 놓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전시와 고전음악을 많이 읽고 많이 들어 그 양질良質의 씨앗種子을 마음밭心田에 듬뿍 뿌려놓아야
그리움情을 만나서 그리움을 진정 그리움으로 그리워할 수 있으리라.

삶은 詩이며, 시는 감정識과 환경境을 잘 조화시키는 기술이다.

於己亥冬至 在風篁齊
妄想塊兒 智象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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