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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20-03-30 09:07 댓글0건

본문

울지 않는 아이

김호준

추천사


모두의 ‘봄날’


학교의 부재, 선생님의 부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공교육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최상의 교사상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선생님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소신과 교육철학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수년 전, 한 수기 공모에 당당히 대상을 수상한 김호준 선생님은 기자가 만난 취재원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좌충우돌 생활하는 그는 내가 만난 선생님 가운데 가장 의로운 모습을 겸비한 교사였다. 함부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모습이 그랬고,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자장면을 사 먹이며 그들의 눈높이에서 계도를 하는 모습이 그랬다. 더는 궤도를 이탈하여 탈선을 일삼는 아이들에게도 부모가 갖는 애정으로 학생들을 품어주는 관대한 선생님이었다.

김호준 선생님은 국어교사이자 고3 부장교사를 맡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은 언제나 낮은 곳을 향해있다. 구석진 곳을 지키고 살아가는 존재들, 울음을 참고 생활하는‘울지 않는 아이들’편에 그의 시선은 늘 머문다.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을 지켜 본 내게, 교사 김호준 선생님은 종종‘의인’이기도 했다. 배구부 친구들을 인솔하는 교사의 모습에서도, 글쓰기를 지도하는 감성 충만의 교사로서도 그는 언제나 한결같은 선생님이었다.

단행본〈울지 않는 아이〉는 가슴 따뜻한 선생님, 교사 김호준을 알게 해주는 썩 괜찮은 ‘학교생활일기’라고 이름 해도 좋을 것이다.
세계적 팬더믹으로까지 우려하고 있는 코로나 19의 날들은 학교와 교실, 선생님을 잃어버린 아이들까지 만들고 있다. 2020년 3월, 개학과 입학이 연기되는 이 우울한 날들에 〈울지 않는 아이〉는 희망의 메신저가 될지도 모른다. 분명 그럴 것이다.

‘마음’을 얻으면 그의 전부를 얻게 된다는 말이 새삼 더 가깝다.
선생님의 마음을 얻는 아이들, 동료교사의 마음을 얻는 선생님들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 삶의 온기는 충분하다.
길을 안내하는 참 좋은 안내자, 김호준 선생님을 힘껏 응원한다. 선생님의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진다. 이 기다림이 최상의 ‘봄마중’이 되기를 소원한다.

2020년 3월, 모두의 봄날을 기다리며
맑은소리맑은나라 발행인 김 윤 희

목차

차례

Prologue
울지 않는 아이_05

염화미소拈華微笑를 보았다 _13
가야 된다꼬?_21
무심無心한 관찰자 _29
사공과 행인 _37
니가 뭔데? _45
도반 _57
칭기즈칸의 편지 _67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_75
유능한 교사는? _81
기억은 불공평하다 _89
가장 맛있는 반찬 _105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_113
밀가루와 달걀 _121
자네, 올 3월은 어때? _129
학교의 부장들 _137
그들이 고해苦笑를 마주하는 방법 _145
교사의 업業 _153
공개수업 _161
그 누군가 _171
아날로그의 퇴장 _179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을까? _187
35분= 1억+α _195
선배를 정하다 _205

Epilogue
모두의‘봄 날’ _213

본문 중에서

본문 중에서

프롤로그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속담이 있다.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들은 관심을 끌고 이로움을 끌어들일 줄 안다.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컴퓨터 화면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마우스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택배 주문한 선생님, 안 계십니까?”
동료 가운데 한 명이 일어서서 택배 주문한 교사를 찾느라고 목청을 높였다. 공문을 처리하면서도 학교로 택배 주문한 적이 있는지 기억을 떠올렸다. 수업시간이 다가왔다. 얼굴을 컴퓨터화면에 더 바짝 붙이고 마우스를 딸각이며 작업에 속도를 냈다. 공문을 완성하고 마지막 엔터키를 누르고 수업 준비를 끝내고 자리를 일어날 때였다.
“아저씨, 택배기사 아닙니까?”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고개를 숙인 채 동료 교사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절절매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의 정면 얼굴은 정확하게 보지못했다. 당황했는지 손을 머리로 가져갔다. 잠시 뒤 그가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면 얼굴이 보였다.
“야, 경구(가명)아이가!”
그 말이 나오자 청년은 고개를 들고 어두운 터널에서 비상 불빛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택배기사가 아니라 졸업생 경구였다.
그는 체육대회 반 축구 대표로 운동장을 뛰면서도 축구공을 힘껏 찬 적 없었다. 축제 때 무대에 올라 아이돌 노래 부르거나 춤을 춘 적도 없었다. 공부에 재능이 있어 교사나 동급생들의 주목을 끌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밥 먹듯이 교칙을 위반하여 교무실을 출입하지도 않았다. 경구의 존재감은 태양 아래 켜둔 형광등하고 비슷했다.
그랬기에 단박에 그를 알아보는 교사가 없었다.
경구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몸을 굽히고 내 책상 옆으로 다가왔다. 택배 기사로 오해받은 터라 당황해했다. 경구가 다가왔을 때 손을 잡고 플라스틱 의자를 내밀었다.
“군대 영장 받았나?”

우리학교는 사립이다.
교사들 변동이 없는 편이다. 남학생들은 졸업 뒤 입대 영장을 받으면 학교를 방문해 인사하곤 했다. 그런 형편을 알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예. 삼, 삼, 삼학년 담임 선생님을 뵙기 위해 왔슴니더.”
“니, 졸업한 뒤 교무실을 네 개로 나누었다. 그래서 니 담임이 보이지 않았던 기라. 니 담임 선생님 성함이 우찌 되노?”
“박성철 선생님(가명)인데요?”
“박 선생님은 동편 2층 3학년 교무실에 있다이가. 그리 가몬 될기야. 그라고 경구 너 학교 다닐 적에 환경소년단 했다이가?”
“예, 맞습니더.”
“그라고 너거 동네 가는 버스가 하루가 네 대 정도 있었다이가. 그래서 니는 야간자율학습 할 때 막차 탈끼라꼬 항상 저녁 일곱 시 되몬 나갔다이가?”
“그렇심니더.
그런데 선생님이 그런 사정을 어떻게 아심니꺼?”
“니는, 내 뒤통수에도 눈이 붙어있는 거 몰랐더나?”
경구는 자신의 학창시절 행적을 기억해 주고 말해 주자 움츠렸던 어깨를 펴며 웃기 시작했다. 큰 맘 먹고 학교를 찾은 경구가 웃었다.

경구가 1학년 때 직접 담임은 하지 않았다. 수업에 들어가고 같은 학년 담임을 했다. 경구는 수업시간이나 자습시간에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울지 않는 아이였다.
경구가 학교에서 생산된 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소년단 활동을 했다.
대입수시전형이 확대된 뒤로 대학은 학생들한테 봉사활동시간도 요구했다. 학생들은 주말이나 방학이면 봉사활동이 필요한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야 했다. 환경소년단원들은 학교에서 매일 활동을 하기에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따로 봉사활동을 나가지 않아도 됐다. 봉사활동 시간을 확보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환경소년단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도움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런 형편이라 환경소년단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동아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환경소년단에 우는 아이들이 끼어들었다. 20분 남짓 되는 청소시간에 각 교실, 교무실에서 쏟아져 나왔다. 우는 아이들은 그 광경을 보면서 뒷짐 지고 있었다. 지도교사는 우는 아이들한테 언성을 높였다. 그렇다고 우는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진지하게 들을 리 없었다. 울지 않는 아이인 경구는 밀려드는 쓰레기를 분리하느라 검은 교복에 먼지를 둘러쓰고 이마에 구슬땀을 흘렸다. 환경소년단에 경구처럼 울지 않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울지 않는 아이들은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철처럼 울지 않고 밀려드는 쓰레기를 처리했다. 모래 속에 파묻힌 사금 같은 울지 않는 아이들은 졸업한 뒤에 학교로 오는 경우가 드물었다.

울지 않는 아이, 경구가 졸업하고 큰맘 먹고 입대한다고 학교에 찾아 왔다.
택배 기사로 오해받았다.
끝내 졸업생이라고 울지 않았다.
그날 이후 경구를 학교에서 다시 본 적 없다.
경구는 울지 않는 군인이었을 것이다.
벌써 전역했겠다.
취업할 나이가 지났다.
경구는 울지 않는 직장인 일 것이다.
울지 않는 경구의 울음소리를 들을 줄 아는 직장상사가 곁에 있기를 기도한다.




김호준

경남 양산시 하북면 보광고등학교 교사
통도불교학생회 지도교사 역임
조계종 신행수기 대상 수상
성장소설 『디그요정』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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