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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맑은소리맑은나라 작성일20-08-18 08:44 댓글0건

본문

신경환 시조집 [어무이]

신경환

그리운 어머니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께

프롤로그

 신은 세상에 고루 할 수 없어 모든 엄마를 두었다고 했다. 서른 몇 해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리워하는 나의 엄마도 다르지 않다.

 경북 군위의 산골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누나들과 동생들에 앞서 최상의 하늘은 언제나 엄마였다. 너무도 가난하여 꽁보리밥에 의존하던 그 날에도 당신의 허기진 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자식들이 우선이었다. 여섯의 자식들을 돌보는 일과 농사일에서 하루도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늘 미소를 잃지 않으신 관음보살의 화현인양 했었고 때로는 은은한 성모 마리아 같았던 엄마는 늘 그렇게 자애로운 모습이셨다.

 유년 시절, 학교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설렜다. 도착하면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 풋풋한 설렘은 지금의 아내를 마주하는 시간과는 또 다른 특별한 무엇이 마을 뒷산처럼 그렇게 든든했다. 그러나 군대 시계만이 더디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명절 때나 휴가 때라야 겨우 얼굴을 마주하고 손수 해주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혜택은 회사에서 주는 보너스 만큼이나 기분 좋은 시간이었고 그렇게 엄마를 만나는 시간은 긴 기다림이었다.

 내 나이 서른 살쯤, 겨우 예순을 갓 넘기신 나이에 엄마는 몸을 바꾸셨다. 육신의 고단함이, 먹거리가 부족하여 더는 못 버티었던가요? 아니면 훨훨 날아 고단하지도 않을 세상으로 서둘러 가신 것인가요? 나는 세상을 모두 잃어버린 아픔으로 좀처럼 허리를 펼 수가 없었다. 모르긴 해도 허리가 휠 만큼 울었던 망실의 시간이었다.

 나이 서른, 성인이 된 나는 애달픈 ‘생이별’을 경험해야 했다. 직장을 찾아 울산으로 정착해야 하는 시절 인연이 별리를 만들고 만 것이었다. 철이 들어 그렇게도 안쓰러움으로 자리하신 엄마는 내게 별 같은 존재였고 커다란 산이었으며 끝을 알 수 없는 하늘이기도 했다.

 내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엄마는 그렇게 고향 군위에서 더는 만날 수 없는 얼굴이 되었다. 이제 한편의 시조집으로 어무이를 만나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조집을 세상에 펼쳐본다.
 찬란한 오월, 여전히 그리운 나의 어머니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께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저자 신경환

목차

서평

가슴에 자리한 별

우준 신경환의 시조 세계


양원식 (시조시인)

시조는 멋과 맛으로 언어를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꿈틀 거린 나방이다. 꼼짝달싹도 못하게 옭아맨 『어무이』 시조집 한 권이 새로운 세계로 날아가는 로켓이 될 것이다.

우선 형식미학 측면에서 『어무이』 시조는 기본적으로 정형 율격을 강직하게 지키는 태도를 유지하고, 안정적인 정형 율격이 체화된 듯 자리 잡고 있는 바탕 위에 감각적인 이미지를 빚어내는 호흡을 쌓아감으로써, 시인은 자신만의 정형 미학의 시조를 고집하는 것은 우리 전통적 시조의 정형 질서와 조화로운 절제의 미를 소중히 여기고, 감성적 인식이나 미적 인식에 가장 인상적이며, 그의 시조에 대한 애착과 관심은 그의 시조집 표제의 글에 잘 드러나 있으며, 『어무이』라는 작품집 제목만 보더라도 속으로 삭이는 사모곡의 순수한 곡정이 여기까지 이른 데는 필시 원인이 있을 것으로 직감을 한다.
어머님의 희생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이 곳곳에 묻어 있다. 어린 남매 여섯을 두고 가신 어머니, 보릿고개 시절에 의식주를 해결하며 키운 고생에 보답하지 못한 참담한 마음과 회한에 찬 이야기를 여과 없이 들었다. (중략)

어무이

비탈밭 행간 위에 호미로 글을 쓴다
끈적한 소금 글씨 이마에 그려가며
까막눈 인생의 설움 달빛 아래 새긴다.

골 깊게 써 내려간 어매의 육필 문자
굳은살 마디마다 무언의 말을 할 뿐
한 맺힌 삶의 흔적을 온몸으로 음각한다.

「어무이」 전문

호천망극 昊天罔極 , 부모님의 은혜가 크다는 한문 사자성어다. 구로劬勞 라는 말이 그 뒤를 따라다닌다. 수고에 수고를 거듭한다는 뜻이다. 낳아준 은혜, 키워준 은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조석으로, 실천실행으로 보여준 은혜를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희생하시는 모습을 잊은 날이 없는 자식의 모습을 『어무이』라는 작품에 담고 있다. ‘어무이’ 어머니라는 지방 사투리를 썼다. 어 머니를 몰라서 쓴 것이 아니라 ‘어무이’로 부르면서, 근방 옆에 계시는 듯한 자신의 참 마음을, 여과 없이 부르고 싶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놓고 싶지 않은 아들의 효심을 드러낸 진솔한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진하고 가까운 모정을 잊을 수 없는 참마음을 녹여서 쓴 작품으로 본다. 장하다는 뜻을 안고 필자도 경상도 언어구역이라 하늘을 보면서 불러 본다. (중략)

흙먼지가 땀으로 뒤범벅이 된 손등 하며, 서러운 ‘까막눈’ 을, 못 배운 한을 밭골에서 찾는다. 그것도 달빛 아래란 다. 별 보고 들로 나고 별 지고 집으로 든다. 조석 식사를 감당하는 ‘어무이’의 바쁜 모습을, 붓을 세워 그리는 고향을 ‘한 맺힌 삶의 흔적을 온몸으로 음각’하는 둘째 수 종장에서 호미를 잡은 꾸덕살이 배긴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는 작가 신경환 선생의 일상 모습이다. 부지런한 사람, 인정스러운 사람, 신의를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으로 위인의 모습이 우뚝하다. 자타가 인정하는 인물이다. (중략)


고통을 짊어지고 맑게 핀 연꽃에서 잊어버릴 수 없는 사 모의 마음을 읽는다. 먼 길을 가면서 그 손을 놓지 못하는 어머니. 한평생 주신 마음을 놓고 가신 마음을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어 메아리로 듣는다. 호곡의 모습이다. 특히 음수율, 음보율, 무리가 없는 어휘 선정 및 철저하게 지킨 시조시형 형상화가 살아서 꿈틀거린다. 좋은 글은 스스로 종이를 박차고 나와 독자를 환대하듯 시조의 진보성이 잔치 마당을 만들었고 그의 시조는 구들장에서 온기를 끌어 올리며 굴뚝 연기처럼 하늘로 퍼지는 상승효과를 내어 시조의 정서적 미감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 아 음미해 보고 싶다.

끝으로 신경환 시조 시인님의 문조 더욱 피어나시기를 두손 모으며 서평으로 끝을 맺는다.


서평


섬세한 직관과 시조의 단형 미학

우준 신경환의 시조 세계


심애경 (시의 전당 문인협회 회장)

세월의 무게만큼 빛이 바랜 빗살문의 그림자가 먹물을 엎지른 듯 번진 시조집이다.

시조집이라는 책은 번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에 젖은 붓이 점 하나를 찍으면 그 점이 번져 꽃으로도 보이고 넓은 바다로 보이고 보름달로도 보이는 그것처럼 남의 마음에 점 하나 찍어주는 것이 시조집이 하는 역할인 것 같다.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스며들게 하며 번지도록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시조야말로 쓰는 이와 읽는 이가 상호작용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장르인 것 같다. 신경환 시조는 고요의 담장을 두르고 높은 곳에 떠 있는, 적막하고 아늑한 사 찰의 목어와 풍경소리가 절 마당을 돌아 나와 낯선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생명들의 충만한 회심곡을 부른 右晙 신경환 시조

목어

간 쓸개 모두 빼고
퍼덕인 지난날들

나 없는 나를 찾아
절 마당 올라서니

풍경 속
붕어 한 마리
회심곡을 부른다.

「목어」 전문

문학의 모든 장르 중에서 가장 어려운 정형시조 장르이다. 발상이 새로워야 하고, 내용이 깊고 함축의 묘가 있어야 하고, 문장이 아름다워야 하고, 남들이 사용했던 표현보다 새로운 단어를 발굴하여 시대성을 담고 있어야 하며, 철학이 들어있어야 하고, 구성이 안정적이어야 하
며, 감정이 과해서도 완전히 배제되어서도 안 된다.

시인은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 모든 걸 다 갖춘, 정말 힘들게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한권으로 담았다.

그 속에서 매끈한 살갗이 만져질 듯한 내용의 시어들이 새록새록 피어나 머릿속에 고스란히 진품 풍경화로 남아 있다. 진정한 진품으로 남아 그 아슴한 풍경들이 그립다. 시인은 나없는 나를 찾아 절 마당을 올라서서, 시인들의 언어가 현실 세계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메타포나 상징과 같은 시적 수사를 활용하게 했다.

왕성한 생명력과 퍼덕인 지난날에 대한 절절한 감정이 서로 상승효과를 내어 시의 정서적 미감을 더해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 음미해 보고 싶은 인상적인 작품이다.

시인은 시의 전당 문인회 재무국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조집 『어무이』 상재를 축하드리며 문운이 창대하시길 두 손 모은다.



본문 중에서

에필로그


응축된 언어로 승화시킨

‘어머니’와 시인의 여정

김윤희 (맑은소리맑은나라 발행인)


비탈밭 행간 위에 호미로 글을 쓴다
끈적한 소금 글씨 이마에 그려가며
까막눈 인생의 설움 달빛 아래 새긴다.

골 깊게 써내려간 어매의 육필문자
굳은살 마디마다 무언의 말을 할뿐
한 맺힌 삶의 흔적을 온몸으로 음각한다.

「어무이」 전문

대신할 그 무엇도 아직은 찾지 못했다. ‘어무이’를 대신할 다른 언어 세상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런 까닭일 것이다. 시인의 연서는 30년이 지났음에도 꿈쩍 않고 그대로이다. 철저한 일방 적 사랑은 일찍이, 아주 오래전 그 어머니가 베풀었던 내리사랑에의 화답이려니, 날이 가고 달이 차와도 움직이지 않을 부동의 사랑이다.

시인은 자신의 나이만큼 시를 썼다. 50여 편에 이르는 시어는 처음도, 마지막도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대서사 시였다.

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엔지니어이다. 철제 강판과 씨름하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자동차 회사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명장급 엔지니어이다. 그러니 그를 보지 않았다면 연하디 연한 자연에의 표현도, 사람 간의 애정도 도무지 못할 것 같은 직업군이다.

그러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누구보다 섬세함이 묻어나는 미소년의 정서였다. 더는 나이 쉰을 넘겼음에도 속세의 때가 느껴지지 않는 순수한 청년같은 모습이다.

그러므로 그가 빚어내는 시어는 순백의 순애보와도 같고 선량한 천진불의 외양 같기만 한 따뜻함으로 뭇 사람들을 뭉클하게 한다.

또한 그의 시제는 대개가 자연에 있고 우리의 근현대사를 넘나드는 삶의 터전에 머물러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를 테면 호롱불, 지게, 부지깽이, 몽당비처럼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언제든 때가 되면 유년의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바람들이 연어, 엄니의 발자국, 홍시, 박꽃 등으로 표현돼 있다.
물론 『어무이』 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어머니에 대한 진한 사랑과 그리움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일상 속을 꿰뚫는 시제를 내놓아 승화시킨 구절들도 아주 돋보이는데, 이는 「용접」이라는 시에서 유독 빛을 발한다.

용접

너와 나 맞잡은 손
뜨겁게 꽃이 피면

부둥켜안은 두 몸
녹으며 하나 되어

백년을
비바람 속에
함께 삭아 가리다.

「용접」 전문

이처럼, 신경환 시인의 시를 마주하면 처녀작處女作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함축적 이 며 농도깊은 단어들이 응축되어 ‘삶의 전장’에서 ‘생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시인의 시어에서는 불교적 색채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목어, 눈부처, 선정에 들다, 동안거 등을 통해 한층 격상된 어휘들로 마치 수행승의 기록을 살짝 뒤적이는 것만 같아 그 깊이가 가늠되기도 한다.

시조집 『어무이』를 출간하며 시인에게 드리고픈 선물은 ‘어머니’이다. “부모 살아 계신 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럽습니다. 저는…” 이 한 마디가 전해져오는데, 그럴 수만 있다면 그에게 가슴으로 안아 느끼고 싶어 하는 실존의 ‘엄마’를 하루라도 빌려주고 싶다. 그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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